4. 쩐쨍님, 둘째 날! (2008.7.23.수)

1. 어제는 올리는 걸 깜빡했는데, 이런 애가 있었어요. 수업 중에 교실 뒤로 나가더니 한 바퀴 구르고, "람보다! 두두두두두두두두" 이러면서 총을 소위 '갈기는' 흉내를 내더군요. 그리고는 곧바로 OTL 하면서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싹싹 비는 거에요. "죄송합니다." 라니...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? ^^

2. 애들이랑 수업을 하는데, 전에 수업하던 샘은 왜 그런지는 자세하게 설명을 안 해주고 그냥 외우는 식으로 했었대요. 그래선지 특히 공부를 잘 하는 애들이 좀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. 이유를 설명해주면 그냥 외우는 것보다는 이해도 되고 잘 외워지고 좋잖아요. 최소한 이게 왜 그런 건지는 알게 되니까. 그리고 외우는 게 나올 때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가르쳐주고요.

예컨대, 집사부 시중의 권한이 강화되었다 --> 시중은 '왕한테 시중드는 넘'이니까, 왕 부하지? 그래서 얘가 세지면 귀족들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구. 이런 정도의 설명?

3. 저는 지도를 대충 그리는 편인데(사실 자세하게 그려봐야 곧 지우고 새로 그려야 하고 하니까요), 아직은 애들이 기존 샘하고 비교를 좀 해요. XX샘은 지도 자세하게 그리는데 샘은 왜 그렇게 그려요? 세계지도를 삼각형 몇 개로 그리니까(큰 삼각형으로 유라시아, 아프리카, 북미, 남미를 그리고 마름모로 호주를 그립니다;; 한국, 일본은 따로 표시하고요) 이러더라고요.ㅎㅎ

4. 중 1 수업을 들어갔는데, 얘들이 칠판에 제 수업하는 모습을 낙서로 남겼더군요. 대충 그린 세계지도랑, 수업하는 저를 그려놓았던데, 원래 걔들은 그렇게 노나봐요. 수업이 다 끝나고 걔들 교실에 들어가서(제가 마지막 수업한 교실 바로 앞이라서 창문으로 서로 보이거든요) 뭘 그리나 봤더니 친구 이야기를 칠판에 낙서해 놓더라고요^^;; 제가 그걸 보니까 "샘 제가 안 했어요!" 하는데, 참 애들은 애들... 귀엽더라고요ㅎㅎ

5. 그러고보니, 그 낙서에다가 빌어먹을 이란 글을 써놓았네요. 제가 애들 앞에서 농담으로 욕을 하곤 했는데, 물론 '제길', '빌어먹을' 밖에는 쓰지 않았지만, 애들은 예상하지도 못했던 말이 갑자기 한 번씩 튀어나오니까 우스워하는 거 같았어요. 이것도 조금 쓰다가 접어야 하는데,,,ㅎㅎ

6. 애들하고 규칙 하나를 더 정했어요. 샘이 나가려는 진도만 다 나가면, 그 시간은 푹 쉬기로요. 그렇게 하고 열심히 수업하자~! 그러니까 애들이 열심히 듣더라고요. 초롱초롱... +_+

7. 수업 중에 대답을 정말 안 하는 반이 있어서, 어제 기존 사회샘한테 전화를 했었어요. 그 반은 원래 그래서, 많이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. 그랬는데 오늘 들어가서 그랬어요. "샘은 너희들이 조금만 더 도와주면 더 잘 할 수 있으니까, 대답도 잘 해주고 하자ㅎ 샘은 너희가 할 공부는 일찍 끝내고, 남는 시간에 다른 걸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"라고요. 그랬더니, 애들이 훨씬 대답을 많이 해주고, 질문도 자꾸 하더라고요. 어제는 조용히 보고만 있어서 겁이 났는데,,,

8. 중 1반에서, 여자'애'들이 자꾸 나이를 물어보네요. "샘 몇 살이에요?" 그래서 대충 농담으로 넘기는데, 하나가 계속 집요하게 물어보길래 "니 샘한테 관심있나? ㅋㅋㅋ " 이랬더니 애가 홱 토라져서, "관심 줘도 안 가지거든요! !! !!!"하더라고요. 걔들이 이야기하고 자꾸 수업끊으려는 시도는 차단했는데, 속으로는 살짝 쫄았어요. 한창 예민할 나이잖아요...;; 그런데 수업이 다 끝나고 나가려는데, (걔는 문 앞에 앉아요) 걔가 "샘 내일 또 오실 거죠? 오세요."라고 하더라고요. 아 애들 귀엽네요 'ㅅ' 아무리 떠들고 그래도, 역시 애들은 애들인 듯.

9. 가~끔씩 보면, 정말 조용하고 말 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? 수업하는 반에 그런 학생이 하나 있는데, 여학생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. 수업시간에 보면 잘 보고 잘 듣는데, 제가 걔쪽으로 눈을 맞추면(애들하고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서 수업을 하거든요) 고개를 홱 돌려서 책만 보더라고요. 어쨌든, 오늘은 걔하고도 이야기를 했어요. 걔는 대답을 제대로 소리내서 하지는 않았지만, 자기는 어제 자기 이름도 이야기 안 해줬는데 제가 이름을 불러주니까(사실 이건 좀 겁났어요. 뒷조사한 느낌 줄 거 같아서 피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그만...) 조금 놀랐나봐요. 그래도 대답도 잘 해주었는데, 이정도 한 걸로도 큰 소득이었던 거 같아요. 천천히 해야지요...ㅎㅎ

10. 애들은 제가 손으로 칠판을 지우는 게 신기한가봐요. 저는 편한 걸 좋아해서 이렇게 잘 하는데, 애들이 아직 고등학생이 아니라서 그런가, 왜 고등학교 가면 손으로 칠판 지우는 강사들이 좀 있잖아요? 제 주변에만 있었으면 조금 골룸한 일이고요...ㅎㅎ

by 버닝버닝 | 2008/07/23 21:49 | 건전평범 학원강사 | 트랙백 | 덧글(2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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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카린트세이 at 2008/07/26 21:03
아이들이 많이 순수한것 같습니다. 칠판 지우는게 그리 신기하진 않을것 같은데.... 보통 국민학교 시절부터 당번을 정하지 않나....
Commented by 버닝버닝 at 2008/07/26 22:04
수업 중에 손으로 그냥 슥슥 지워버리거든요. 보드마카를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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